맛있는 커피를 한 잔 쭈욱 들이키고 난 후 보테로 미술관으로 향했다.
(사진은 보테로 미술관 맞은 편에 있는 보테로 서명 벽. 완전 멋지다)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는 콜롬비아가 낳은 가장 유명한 화가 중 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에는 여러 화파를 쫓으며 난해한(?) 그림도 가끔 그렸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뚱뚱한' 사람과 사물을 그리게 되었다.
전세계 현대 화가 중에서도 작품 비싸기로 치면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보테로지만
자신의 고국 콜롬비아의 수도에 있는 이 '보테로 미술관'은
Donacion Botero라는 이름답게 1년 내내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중요!!!)

워낙 알현하기 힘들어 보테로의 그림을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지난번 서울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린 라틴 거장전에서 간신히 두 점을 감상할 수 있었다.
보테로의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는 이유는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입구에 문도 없는 보테로 미술관 -_-;;;
그저 경찰 아저씨가 한 명 지키고 서서 형식적인 가방 검사를 할 뿐이다.
가이드북에 무료입장이라고 써있기는 했지만 설마설마했었는데 진짜 무료다!! 야호~~ 맨날 출근해야지~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보테로의 기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료 입장이 가능한 것인데,
2/3 정도는 보테로의 회화, 조각, 드로잉이고 나머지 1/3은 피카소, 미로 등 다른 현대화가들의 작품이다.

살짝 설레며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뚱~ 하고 보이는 것은 Mano(손) 조각이다. 오오오~
(옆의 관광객 아줌마와 크기 비교 주목)






보테로 손의 흉내를 내서 한 번 찍어봤다 ㅋㅋㅋㅋㅋ
경찰 아저씨가 별걸 다 한다는 듯이 쳐다봤다 ^^;;;;
보테로가 유독 자주 그리거나 조각했던 테마가 몇 개 있는데 손도 그 중 하나다.
특히 나중에 미술관 2층에서 본 손 드로잉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휙 고개를 돌렸더니 ㅁ나ㅣㅜㅐㅣㅏㅓㅠㅝㅏㅁ뉴어ㅗㅠㅎㅁㄴ우
아악 이게 뭐야!!! 보테로 작품이 덕지덕지 붙어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테로 미술관이니까 당연한거지만 그래도....꺼이꺼이)
죄다 내 키만한 작품들이 삼면 벽을 따라 주루루룩 걸려있는거다.
어익후 이거 원 황송해서 어쩌나...근데 진짜 입장료는 안받아도 되는거니? 그런거니?





Flores (꽃)
화폭 가득한 꽃다발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 엽서까지 샀다.
 





그 옆에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보테로 그림 중 하나인 뚱뚱한 모나리자.
이게 꿈이냐 생시냐 ㅎㄷㄷㄷㄷ
가지런히 두 손을 무릎에 모은 걸 보시라.
그래도 이 모나리자는 눈썹이 있구나...;;;






El estudio (작업실)
(후덕한) 여성의 누드는 보테로가 가장 자주 그린 테마다.
뚱뚱한 뒷모습이기는 하지만 빨강색 네일하며 머리에 묶은 리본, 앙증맞은 슬리퍼 등
나름대로 자세히 보면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다. ^^;;
그리고 이 그림에는 드물게 보테로 자신이 등장한다.
 





바로 이 사람 ^^;;; 역시 볼살이 터질 듯 뚱뚱하다. ㅋㅋㅋㅋㅋ
그러나 실제 보테로는 뚱뚱하지도 않고 완전 멋쟁이 할아버지라는거~ ㅎㅎ








La familia (가족)
식구들은 물론 강아지까지...아니...곰인가?;;;;;;;;;;





Bano (욕실)
여기서도 역시 후덕한 여자의 누드 등장.
욕실 거울에 비친 남자는 누구?






역시 보테로가 자주 그렸던 El caballo (말)
말이냐 코끼리냐 ㄷㄷㄷㄷㄷㄷ





이곳은 보테로의 조각들을 모아놓은 방
하나하나 규모가 거대한 그림들과는 달리 이 곳에 모여있는 조각은 대부분 크기가 작았다.
아참, 보고타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끔 뜬금없이 뚱~~ 하고 보테로의 조각을 만나게 된다 ㅋㅋㅋ





새...인데...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닭둘기? ㄷㄷㄷㄷㄷㄷ





El sueno (꿈)
좋아하는 작품. 생각보다 크기가 많이 작아서 좀 놀랐다.





고냥이....
이정도면 뭐 세계 몇 대 비만 고양이에 도전해볼만하다 ㄷㄷㄷㄷ  
허벅지 봐라;;;






이건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에 걸려있던 부조.
아마 아담과 이브였던 듯
에덴 동산에 먹을게 많았나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엉엉 이렇게 보테로 작품으로 꽉 찬 방이 몇 개나 있다
이걸 어째 이걸 어째 혼자 방정을 떨면서 사진을 미친듯이 찍고 있는데,
사진에 뒷짐지고 있는 이 전시실의 경비원(?) 아저씨가 내가 방방 뛰는걸 보더니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는거다.
미국에서 왔다니까 콜롬비아 어떠냐고 물어보길래
오늘 도착해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여기는 공짜라서 좋다고 했다 ㅋㅋㅋㅋ
자기 이름이 필리페라고 악수를 청하면서 막 뭐라고 얘기를 하길래 그냥 알아들은 척하고 웃고는 다음 방으로 도망갔다;;;






이 방에서는 아마 이 그림이 제일 유명할 듯. 춤추는 커플이다. 
그나저나 여기는 공짜라서도 좋지만 플래쉬만 안쓰면 사진 마음껏 찍어도 되니 너무 좋다 ㅠㅠㅠㅠㅠㅠ

내가 사진을 팡팡 찍고 있는걸 보더니 어떤 노부부가 나한테 다가와서 카메라에 플래쉬를 좀 꺼달라고 부탁한다.
아니 할아버지 제가 기계치인데 어쩌죠...ㅠㅠ
그 말을 못해서 -_- 그냥 얼떨결에 카메라를 받아들고 보니 국민 디카 캐논 똑닥이;;; 
어찌어찌 자동 플래쉬를 꺼서 돌려주니 이 커플 그림 앞에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거다.
치즈~ 도 아니고 김치~ 는 더더욱 아니고 할 수 없이 Uno(1), Dos(2), Tres(3) 찰칵!

 



이 그림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정말 사람 하나하나의 표정이 살아있다.






옆에서는 총들고 보초서고 있는데 저 세상 모르고 자는 얼굴 좀 봐라.
하긴 이런 잠이 더 꿀맛일지도...
 

 


이건 도대체 뭔가 했더니 추기경(?)인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귀여워서 끌어당겨 한 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들이 하시는 듯? 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예쁜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2층 높이의 귀여운 보테로 미술관.
어느 전시실을 들어가봐도 포근포근 파스텔톤을 배경으로 한 뚱뚱한 사람들과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정말 행복한 미술관이다.
거대한 대형 미술관부터 아담한 소규모 미술관까지 많은 미술관을 다녔지만
보테로 미술관처럼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곳도 드물다. 
보는 사람을 압도하려 하지 않고, 관자를 향해 뭔가 부르짖지도 않는다. 그저 푸근하고 따뜻할 뿐.
정말 보고타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리고 꼬옥꼬옥 두 번 이상은 발도장을 찍어주어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공짜다! 게다가 평일에는 저녁 7시까지 한다!!!! 이거 Too good to be true가 아니냐고!!!)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너무 많아서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겠다;;;;
일단 다음날 다시 오기로 하고 미술관을 나섰다.
슬슬 점심 시간이 지나가는데...아침에 커피 한 잔 마신게 다라서 뭐 먹을게 없을까 하고 두리번거리던 내 눈에 띈 것은...






바로 이것!!!
뭔가 모양은 바나나같은데 바삭바삭하게 생겼도다. 바나나 튀김인가?
근데 이름이 뭐 이리 어려워;;; 일단 1000 페소(약 400-500원?) 라니 한 번 사먹어볼까.
쭈볏쭈볏 1000 페소를 내고 한 봉다리를 받아 입에 넣는 순간 꺄악!! 맛나다!!!
바나나 튀김은 바나나 튀김인데 뭔가 거대한 바나나인 듯?
고소한 맛이 최고다!! 우왕~~ 순식간에 한 봉지를 다 먹어버렸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파타코네스??는 바나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곳에는 바나나에 크게 두 종류가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우리가 익히 아는 대략 손바닥보다 조금 큰 일반 바나나이고,
나머지 하나는 플라타노스(platanos)라는 거대 바나나이다 -_-;;;;

이 플라타노스는 생으로 먹지 않고 굽거나 저렇게 튀겨서 먹는다. 그냥 먹으면 배아프다고 한다 -_-;;
녹색의 플라타노스가 있는가하면, 바나나색의 노란 플라타노스도 있다.
나중에 슈퍼에 가서 이 플라타노스의 실체를 발견하고 기절초풍했다.  
세상에 저게 바나나야? (비교를 위해 내 손을 넣어 사진 촬영; 오늘 손 여러 번 찍네;;)  
거짓말 안 보태고 제대로 된 빨래방망이만하다 ㄷㄷㄷㄷㄷㄷㄷㄷ






길거리에서는 이렇게 튀김 삼형제를 파는 리어카가 많다.
맨 왼쪽은 생감자 튀김, 중간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먹는 츄로스, 맨 오른쪽이 플라타노스 튀김이다. 
모두 그자리에서 직접 대패로 밀어서 튀겨주기 때문에 굉장히 신선하고 맛있다.
(리어카 안에 튀김 냄비가 내장되어있다 ㄷㄷ)
게다가 값도 엄청 싸다. 아이 행복해~~ ㅋㅋㅋㅋ 길거리 음식의 천국 콜롬비아다.





바나나 본 김에 보테로의 그림 하나 더.
재목은 바나나인데....생긴건 옥수수? ^^;;;

배도 대강 채웠으니 이제 금칠을 해놓았다는 Museo del Oro (황금박물관)으로 가보자. 
  


Posted by 80day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Chan 2009.10.15 0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어제 보고타 도착했는데~

    님 글보니 너무 즐거워질듯한 예상. ㅎ

    글 참 재밌게 쓰셨네요~